소나기가 멎저 하늘이 참 파랬다.
날씨도 선선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시원했다. 공기가 아마도 깨끗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으리라. 마스크를 착용해도 평상시처럼 습하지는 않았다. 여름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한다면 이는 습지에 사는 느낌이 아니고 무엇일까? 열대지방에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방을 나서면서 이제는 지극히 당연한 마스크를 집어들고 나왔다.
기도하며 음악까지 들으면 더 좋겠다.
평상시보다 출근 대형자가용이 일짝 도착했다. 자리도 넉넉했고 에어콘도 빵빵하게 틀어져 있어 자리에 바로 앉았다. 내리기 쉽게 뒷문 근처에 마침 자리가 나 그곳에 앉았다.
2정거장 갔으려나.
"아 안돼요. 마스크 안 끼면 못타요."
시선을 들어 입구쪽으로 봤으나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타는 데 '무슨 일일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기사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또는 승객이 기사분의 반응에 바로 착용하고 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탑승객이 문제였다는 걸 이내 알았다.
한 손으로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카드를 택그하며 "가방에 (마스크가) 있으니 곧 낄 게요"하며 막무가내로 올라탔다.
많은 자리 중에 하필이면 내 자리 바로 앞에 앉을 줄이야. 빈 자리가 여럿 있었건만 하필 왜 마스크도 안 끼고 내 앞에 앉는냐 말이다.
자리에 앉아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찾느라 한 손은 가방을 뒤지고 다른 손으로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기사분도 아무 말이 없었다. 차내는 조용했다. 안스러웠다. 차는 타고 가야했겠으나 다시 돌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면 10분 이상 손해를 볼 테니 어쩌란 말이냐.
가만히 보니 70 중반은 넘어 보였다. 정정했다. 가방을 들고 온 것도 아니었다. 가방 안에 예비 마스크가 있었는데 날씨도 덥고 하니 가방을 사무실에 두고 다니는 중이었다. 어제 또 장마비까지 내리니 손은 더욱 가벼웠다.
그러던 중 왼쪽 창가에 앉았던 중년여성이 뭔가를 내밀었다.
"방금 뜯은 마스크니 이걸 끼세요"하며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에게 전했다. 어쩔!
마스크를 받아들고 감사의 표시도 하기도 전에 마스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얼마나 어색하던지.
그랬다. 아직도 이런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깨달았다. 지난 해에도 비슷한 모습을 봤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공동체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내리면서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마스크를 줬던 이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며 오늘의 마스크 사건은 글로 남게 됐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 #빈손 #미착용 #대중교통 #버스 #어르신 #중년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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