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 치매?...한 가족 아니었던가?

줄리오 세자르 황제는 섬망을 앓은 것으로 유명하다.

섬망! 한 번쯤을 들어봤을 말이다. 섬망은 갑자기 발생하는 뇌기능장애의 일종으로, 환자는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의식장애),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지남력이 떨어지며 (인지장애),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수면장애나 떨림 등의 신경학적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며칠에 걸쳐서 갑자기 생기고 또 며칠 내 호전된다는 점에서 ‘치매’와는 구별되는 질환이다.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병원 전체 입원환자의 10~15%에서 발생하게 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 80%까지 그 발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망은 신체의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약 10-2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섬망증상이 나타나기도 다고 한다. 섬망이 생기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한 지남력이 떨어져 사람, 시간, 장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헛것을 보거나 심하게 초조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섬망은 주로 큰 외과적 수술 후 회복단계에 있는 환자나, 중환자실에서 오래 입원해 있는 환자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또 위중한 신체질병 자체의 후유증 또는 치료를 위한 처치나 약물부작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태 이후, 입원한 한 환자의 경우 폐색전증까지 이어지는 결과로 중환자실까지 입원한 예가 있다. 에크모와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처로 회생하기는 하였으나 섬망증상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앞과 뒤가 전혀 맞지 않는 상황들이 연출되는데 현실로 여겨졌으나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확실하게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아마 중환자실에서 계속 있었다면 그것을 모두 현실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섬망이 대부분 치매의 발병연령대와 비슷한 고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흔히 치매로 오인하거나 속단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섬망은 치매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환자를 통해 섬망과 치매는 같은 부류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섬망은 치매와는 구분돼야 한다. 두가지는 질병의 경과와 양상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기억력장애를 보이고 성격 변화가 뒤따르는 수순을 밟는다. 치매는 짧은 기간 안에는 큰 증상의 변화가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섬망은 신체의 질병상태 악화에 따라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하루 중에도 증상변화가 큰 것이 특징이다. 섬망 상태가 되면, 당사자는 혼란스러워하고 매우 흥분하거나, 반대로 매우 처지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려 하며, 가까운 가족도 잘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헛것이 보이고, 잠을 못 자고, 두서없이 말하기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편다.

이러한 증상들은 잠시 괜찮아졌다가도 악화되며, 특히 밤에 심해지기 때문에, 간병 중인 보호자나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다른 환자분들이 함께 힘들어질 수 있다. 앞서 말한 환자의 경우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다른 환자가 계속 소란을 피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치매나 우울증으로 종종 오인될 수 있으나,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정신 상태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들은 일반병실로 가면 저절로 낫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오래 기간에 걸쳐 기억력 장애가 심화되면서 성격변화가 뒤따른다. 짧은 기간 안에는 증상 변화가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민감하지 않은 이상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에 비해 섬망은 신체상태 악화에 따라 갑자기 나타난다. 하루 중에도 증상 변화가 큰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밤 시간에 증상이 심화됐다가 낮 시간에는 비교적 덜 한다.

 

치매 경과 도중에도 섬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치매와 섬망을 같은 부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치매에서 발생하는 섬망의 원인에는 감염, 심한 스트레스, 수술, 내과 질환, 약물 등이 있다. 따라서, 섬망은 치매와 같은 상태는 아니지만, 섬망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치매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